2023년 8월 21일 / 여름, 얼음, 그리고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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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380회 작성일 23-08-2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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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난 후에도 연일 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사무실에 에어컨 아래에서 커피머신으로 소위 '아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려 먹으면 더할 나위없이 시원합니다. 

그러다 문득 어릴 적 여름이 생각났습니다. 

참 어렵던 시절이었지요.

당시에는 선풍기도 귀해서 더울 때면 부채질을 하고 그래도 못 견디게 더우면 웃통을 벗고 시원한 펌프물로 등목을 하면 가슴속까지 서늘해졌습니다. 

사실 어릴 때라 더위 속에서도 그저 뛰어노는 재미에 더위는 아랑곳도 하지 않았지요

그러다보면 온 몸에 땀띠가 나는 건 보통이었습니다.

시원하게 등목을 하고나면 얼음가게에 가서 얼음 사오는 심부름을 하곤 했습니다. 

얼음가게에 가면 가게 주인은 돈을 낸 만큼 톱으로 얼음을 잘라서 새끼줄로 묶어줍니다.

얼음이 녹지 않게 달려 집에 도착하면 도로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어른들은 큰 양재기에 물을 붓고 분말쥬스를 타서 거기에 얼음을 넣어주셨습니다. 

망치와 바늘로 얼음을 톡톡 쳐서 조각을 내시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쥬스를 한 사발 마시면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여름 밤 할아버지께서는 자기 전에 꼭 찬물로 목욕을 시켜주셨습니다.

목욕 후 모기장을 치고 그 속에 할아버지와 누우면 너무 시원했습니다.

그렇게 누워서 할아버지와 라디오로 중계되는 축구경기를 듣다가 잠이 들곤 했습니다.

당시는 지금보다 훨씬 더웠지만 참정겨운 여름이었습니다. 

지금은 에어컨 덕에 시원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잠시의 더위도 견디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니 정겹던 여름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그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셨던 어른들은 거의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나는 지금 이 여름에 누구를 시원하게 해주는 어른이 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등목을 시켜주고, 얼음쥬스를 타주며 모기장 밑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못하지만 에어컨이 시원한 카페에서 빙수 한그릇, 

아아 한 잔 대접하며 따뜻한 이야기 나누어 주는 어른으로 이 여름을 보내고 싶습니다.

언제나 여름은 늘 똑 같이 돌아봅니다.

그러나 여름을 맞는 모습, 그 여름의 어른들은 언제나 변합니다.

나의 가족들, 친구들, 저를 아는 모든 지인들이 나 때문에 여름이 조금이나마 시원했다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숨막히게 더운 금년 여름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얼음가게 대신 오늘도 냉장고 문을 열고 커피에 얼음을 넣고 있습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어떠신지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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