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일 / 내 추억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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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631회 작성일 22-05-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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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 맛집에 들어서니 현관에 이런 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박찬일 셰프가 지은 책 제목에서 따온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추억의 상당한 부분은 내가 다녀온 곳들이며 그 곳의 맛있는 음식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셰프의 마음으로 들여다 본 추억의 상당 부분은 맛있는 음식일 것입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겠지요.

누구에게나 추억의 서랍이 있습니다.

자신의 관심과 마음으로 들여다 보았던 추억들이 그 서랍에 가지런히 쌓여있겠지요.

노래하는 분들의 추억 서랍에는 아름답고 열광적인 공연과 관객들이 있을 것이며, 운동하는 분들에게는 자신이 뛰었던 경기와 승리의 추억들이 있을 겁니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발걸음이 닿았던 곳들의 아름다운 광경이 있을 것이고,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정상을 올라 

세상을 바라보았던 장엄한 추억들이 쌓여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는 사랑하는 제자들과의 소중한 만남이 있을 것입니다.

내 추억의 서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가만히 열어 들추어 봅니다.

그곳에는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 나를 격려하고 수용하며 도움의 손을 내밀었던 고마운 분들에 대한 추억이 쌓여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인생을 지나쳐 갔습니다.

함께 식사를 했던 사람들, 함께 여행을 했던 사람들, 함께 공부했던 사람들, 함께 사역했던 사람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상황은 기억이 나지만 나의 추억 서랍에 저장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너무도 힘들고 지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따뜻한 말로 격려해준 사람, 허기져 배고픔을 달랠 때 따뜻한 밥 한그릇 사준 사람,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 할 때 등록금을 도와주었던 사람

앞길이 보이지 않아 헤맬 때 분명한 비전과 길을 제시해준 사람, 무기력함에 빠져 용기를 잃고 좌절했을 때 

손을 잡아 일으켜준 사람들은 고스란히 추억 서랍에 담겨져 있습니다.

 

문득 나는 누군가의 추억 서랍에 어떻게 들어 있을까, 들어가 있기는 할까 생각해봅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스쳐간 사람 정도는 아닐까.

어떤 이들은 오랫동안의 시간을 함께 했지만 지우고 싶은 사람이 있고 어떤 이는 잠시만 함께 했는데도 진하게 여운이 남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목회자로서 30여 년간을 보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말씀을 나누었던 제 추억의 반은 사람입니다.

목회의 삶 가운데에서 쌓여있는 사람 입니다.

인간의 소중함, 인격의 가치, 회복된 인생의 기쁨, 사람을 세워가는 열정,이 모두가 사람 사랑의 맛입니다.

물론 기억에 남은 음식의 추억에도 정말 맛없던 것도 있는 것처럼 내 인생을 아프고 슬프게 했던 사람의 맛도 있겠지요.

하지만 정말 맛있었던 음식의 추억이 맛없던 모든 기억을 덮어 버리듯, 깊은 사람 사랑의 맛이 아프고 슬픈 관계의 기억을 덮어버렸습니다.

저의 남은 모든 생애가 한 인간으로, 목회자로 누군가를 격려하고 돕고 치유하고 회복하며 세워줌으로 그의 인생 서랍에 아름답게 기억되는 삶이기를 소망합니다.

저의 서랍에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서랍에는 제가 그렇게 추억되어 쌓이는 이름이 되길 기도합니다.

제 추억의 반을 소중하게 차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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