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4일 / 생의 파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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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878회 작성일 22-02-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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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기자이자 인터뷰어인 김지수씨가 암으로 투병 중이신 이어령 교수님과 1년간 열여섯 번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인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 출간되었습니다.

시대의 지성인이 생의 마지막 시간에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나누어주신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다가옵니다.

그 중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역사는 알려진 것을 기억하고 진실은 묻히고 덮이기 쉽다

덮어 놓은 것을 들추는 것이 철학이고 진리이며 예술이다.

덮어 놓고 살지 말라.

우리가 감쪽 같이 덮어둔 것, 그것이 죽음이다...

수직의 중심점이 생이고 수평의 중심점이 죽음이라고 했다.

파도는 아무리 높게 일어나도 항상 수평으로 돌아간다.

거칠게 항상 움직이기에 바다는 수평이라는 걸 가져보지 못했지만 파도가 돌아가야 할 수면이 존재한다.

죽음도 같은 것이다.

그곳이 돌아갈 곳이다..."

 

귀한 말씀입니다.

우리 모두는 늘 더 큰 파도를 일으키기 위한 생을 꿈꾸고 요동치지만 그 인생의 파도는 반드시 수면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요동치는 생도 수면에서 시작하고 잠잠한 죽음 역시도 그 수면에서 만납니다.

생이 시작되고 죽음으로 마주하는 그 수면의 지점이 바로 혼돈에서 창조를 시작하신 신의 말씀이며 진리이며 손길이고 숨결입니다.

저 역시도 진리를 알기 전에는 정말로 덮어놓고 살았습니다.

진리를 덮어놓고 욕망을 따라 살았고 진리를 덮어놓고 세류를 따라 살았으며 진리를 덮어놓고 아집대로 살았습니다.

바위를 내치는 폭풍의 노도와 같은 생의 파도가 멋지게 보였고 계속해서 밀려드는 파도를 타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그럴수록 내 마음의 파도는 가라앉지 않고 파도에 부딪힌 내 삶은 흔들리고 깎여만 갔습니다.

그 때 만난 진리는 생의 파도의 시작점을 알게 했고 파도의 목적을 알게 했으며 그 파도가 돌아갈 수면을 알게 했다.

노학자는 자신의 죽음을 신에게로 돌아가는 수면으로 여기며 이제 그 시간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생이 선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나의 삶의 모든 파도는 선물입니다.

내 존재도, 가족도, 사명도, 배움도, 신앙도 모든 것이 선물입니다.

 

나는 제주의 바다를 너무도 사랑합니다.

제주 바다의 푸르름, 제주의 용암석과 어우러진 해안선의 절경, 그리 높지 않게 밀려오고 나가는 무언가 스토리를 담고 있는 생동감이 너무도 좋습니다.

몇 년 전 잔잔한 호수와 같은 남해의 푸른 바다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집채만한 파도가 집어삼키듯 달려드는 동해바다를 보았습니다.

모두 소중한 바다들입니다.

20대에 들어설 때 친구와 함께 동해바다를 보며 그 큰 파도와 같은 인생을 꿈꾸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남해 바다와 같이 잔잔한 주님 품을 소망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 24년을 보아온 제주의 바다의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더 일으킬 파도가 남아있고 더 많은 이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덮어놓고 사는 삶이 아니라 진리로 내 삶을 들추어 일으키고 그렇게 일어난 내 생의 파도가 그 언젠가 저 진리의 수면으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신의 선물에 감사하고 누리며 나누는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저와 함께 지금 생의 파도가 되어 주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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