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4일 / 겨울 아랫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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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976회 작성일 22-01-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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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면 늘 떠오르는 추억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대부분의 집들이 연탄으로 난방을 했지요.

지금처럼 좋은 창호가 없었기에 방안 윗풍으로 방공기는 차가왔고 뜨거워진 방바닥은 아궁이 가까운 주위로 한지 장판이 거무스름하게 눌었습니다.

방바닥을 따뜻하게 해야한다고 할아버지께서는 늘 이불을 덮어 놓으셨습니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뛰어놀다가 볼이 발갛게 얼고 손이 시려 호호불고 문지르다 추워서 견딜 수 없으면 집으로 달려와 이불속 아랫목으로 쏙 들어가곤 했습니다.

아랫목은 추운 겨울 가족 모두에게 늘 따뜻한 선물이었습니다.

지금도 식구들이 아랫목 이불속에 발 집어넣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러다 얼었던 몸이 녹아 스스르 잠들곤 했지요.

할머니는 아랫목 이불속에 밥공기를 묻어놓으셯고 또 밥통 안에 엿을 만들어 놓으시곤 했습니다.

아랫목에서 꺼낸 따끈한 공기밥과 밥통속에 숟가락을 넣어 돌돌말아 떠먹었던 엿맛은 잊을 수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늘 아침이면 손자의 내복을 아랫목 이불속에 깔아두시곤 했습니다.

학교에 갈 때 따뜻하게 입으라고 그렇게 하신 것이지요

너무 뜨거워 발목 복숭아뼈가 데는 것도 모르게 잠 들었다 놀라서 깨기도 했습니다.

아랫목 온기를 지키려고 식구들은 돌아가면서 밤잠을 설치고 연탄을 갈아넣었습니다.

그 시절 아랫목은 따듯함이었고 달콤함이었으며 사랑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의 그야말로 Winter Wonder Zone 이었습니다.

아랫목이 그리워집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리워집니다.

밤마다 연탄을 가시던 사랑하는 가족들이 그립습니다.

이제는 현대식 보일러가 데워주고 좋은 창호로 윗풍도 거의 없는 안락함 가운데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람들 마음은 그 때만큼 따뜻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래서 더 그리워지는가 봅니다.

새벽기도 가기 전 할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잠시 전기 장판 위에 셔츠를 펼쳐놓으며 웃음 짓습니다.

느낌이 이게 아닌데ㅋㅋ

내 마음이, 내 존재가 누군가의 아랫목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내복을 데워주고, 엿을 녹여주고, 꽁꽁 언 손발을 녹여주는 아랫목.

 

점점 더 차가워지는 세상 속에서 아랫목이 되어주는 삶을 살기로 다짐해봅니다.

모두 아랫목으로 빨리 들어오세요

날이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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