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3일 / 달력을 뜯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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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1,014회 작성일 21-12-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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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맞기 위해 11월 달력을 뜯을 때면 묘한 감정이 들곤 했습니다.

한 해가 지나가는 아쉬움 그리고 성탄이 있는 12월과 새해를 기다리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무슨 아쉬움인지 또 무엇에 대한 설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지막 장이라는 생각이 감정을 자극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달력 말고도 일력이란 것도 있어 매일 한 장씩 뜯어냈습니다.

365장의 두꺼운 일력들이 한 장씩 뜯겨나가 한 달을 남겨둔 12월에 들어설 때면 얇아진 일력이 달력보다 더 묘하게 감정을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살면서 많은 달력을 뜯어내고 60번 이상 달력을 새로 걸었다.

일력으로 따진다면 수없이 많은 장을 뜯어냈을 것입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일력은 사라졌지만.(요즘 어디에선가 추억의 일력을 파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

이제는 달력 마지막 장을 위해 11월을 뜯어내고 또 새 달력을 걸어도 설렘이 적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시간의 마디 정도로 여겨집니다.

현실의 삶에 너무도 익숙해지고 새로운 시간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일까요.

성경의 말씀대로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진리를 터득한 것일까요.

아니면 모든 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60세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겨서일까요.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현실적이 된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더 이상의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 않는 현실적 절망이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겁내는 타협적 안주함이리라 여겨집니다.

다시금 달력을 뜯을 때의 그 설렘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어릴 때 가졌던 새해의 기대감, 가보지 않은 길, 살아보지 않은 시간에 대한 소망에 사로잡히기를 바랍니다.

 

귀가 부드러워진다는 이순의 나이, 모든 것을 의미없이 듣고 흘러보내는 그래서 '내가 다해봤거든'이라고 거부하는 이순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듣고 새로운 것, 올바른 것, 영향을 주는 것들을 수용하는 이순의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뜯겨지는 인생의 달력으로 인해 감사하고, 다가오는 인생의 달력으로 소망하며 결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를 기다리는 새 달력의 시간들은 더 즐거울 것이며 더 행복할 것이고 더 의미있을 것이고 더 새로울 것입니다.

더 깊이 믿고 더 간절히 소망하며 더 많이 사랑할 것입니다.

허무하게 뜯겨 나가는 인생 달력은 없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어른들께 달력은 내가 뜯겠노라고 요청하곤 했습니다.

달력을 묶고 있는 쇠 지지대에 물린 달력 한 장을 칼처럼 찢어내고 새 달을 맞이하는 흥분 때문입니다.

금년 11월 달력도 그렇게 뜯어내고 벌써 새 달력을 걸었습니다.

요즘은 앞 뒤 한 달과 당월 이렇게 3개월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지난 달 돌아보고 새 달을 기다리는데 너무 좋습니다.

새로 건 달력 앞에 어릴 때 소년의 나로 섭니다.

그렇게 저물어가는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펜데믹으로 어수선하지만 캐롤도 울리고 한 해의 끝을 알리는 연예인의 시상식들이 예고를 하고

있습니다.

달력의 마지막 장에 빨간 글씨로 인쇄된 25일 성탄을 기다리고 또 2가 세 개나 있는 2022년을 기다립니다.

뜯겨진 시간 속에 늘 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가올 새로운 시간에의 동행을 기대합니다.

달력 앞에 서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소년, 소녀 여러분을 축복하고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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