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일 / 가을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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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728회 작성일 21-11-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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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계절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주변의 많은 것들이 가을을 느끼게 해줍니다.

살갗에 닺는 시원한 바람,

눈부시게 파란 하늘,

길가의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가을을 담아줍니다.

벌써 제주에서 24번째 가을을 맞았습니다.

제주에서 가장 가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억새입니다.

가을 들녘 밭담 사이에 그리고 오름 능선에 무리지어 핀 억새가 마음속 가을 사랑을 깊게 해줍니다.

파란 하늘 아래의 흔들림,

가을 햇빛 받은 반짝임,

가을 바람과 함께하는 출렁임.

제주의 가을을 담아내는 억새의 모습들입니다.

 

억새 한 가닥은 예쁘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초라합니다.

그러나 억새 군락의 출렁임은 장관입니다.

가을산의 불타는 단풍처럼 화려하지 않고 코스모스 꽃잎들처럼 예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가을이면 그 자리에 수수하게 피어나고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어 오랫동안 가을을 위한 자기 몫을 다해내고 겨울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파란 하늘과도, 오름의 초록 풀들과도, 잿빛 돌담과도, 쌀쌀한 가을 바람과도 멋들어지게 어울립니다.

어디든 억새가 피어있는 곳이 가을이 됩니다.

문득 억새와 같은 삶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홀로 탁월하지 않아도 서로 함께 하며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어 내는 삶입니다.

그가 사는 시대, 그가 사는 공간을 가장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삶입니다.

길가에 피어도 좋습니다.

돌밭에 피어도 좋습니다.

오름에 피어도 좋습니다.

내 삶이 자리한 그 어느 곳에든 함께 피어서 가을을 노래하는 삶이면 됩니다.

누군가는 파란 하늘 처럼, 누군가는 새빨간 단풍처럼, 누군가는 분홍빛 코스모스처럼 가을을 살아낼 겁니다.

나는 그저 파란 하늘 아래에서, 빨간 단풍 저편에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곁에서 이 모두를 위한 가을을 억새처럼 누군가와 함께 수수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억새를 보러 들녘으로 오름으로 가야겠습니다.

억새 길을 걸어야겠습니다.

깊어가는 제주의 억새 핀 가을을 많이 사랑합니다.

이 가을에 또 다른 억새처럼 늘

그 자리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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