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7일 / 멍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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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951회 작성일 21-09-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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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었다'

 

글을 읽다 보면 이런 구절이 눈에 띄곤 해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타의적으로 멍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즈음에는 스스로 멍하게 있는 상황을 만드는 노력들을 합니다.

일명 '멍때리기'이다.

멍 때리기 대회도 있답니다.

일등을 위한 멍 때리기가 진정으로 멍때리기가 될까 생각하면서 그 장면을 보고 웃습니다.

 

큰 딸 아이가 휴가 때에 바닷가에 가서 돗자리를 펴고 한동안 멍때리기를 하고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게 가능한가 왜 멍 때리기를 할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얼마 전 제주를 방문한 지인과 바다 풍광이 너무도 예쁜 카페를 찾았습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정말 멍 때리며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마음이 너무도 편안해짐을 경험했습니다.

~ 이래서 멍 때리기를 하는구나 이해하게 되어습니다.

그러고보니 참 오랜 시간 멍 때릴 시간도 없이 바쁘고 조급하게 목표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무언가를 해야 하고 무언가를 계획하고 무언가를 말하고 무언가를 가르쳐야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멍 때리면서 아무 생각없이 내 자신을 내려 놓고 내 안에 바다를 담고 하늘을 담아봅니다.

아니 거기에 나를 던져봅니다.

초조함도, 조급함도, 분노도 잠시의 시간이지만 희미해집니다.

순간 어릴 적에 불렀던 동요를 흥얼거립니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 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 빛 손이 되지요'

 

멍때리는 동안 정말 내 마음에 파란 하늘빛 물이 들고 어여쁜 초록빛 마음이 됩니다.

그 누구보다도 내 자신을 위해 가끔은 이렇게 멍 때리기를 하려 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내 안에 넣으려 애쓰고, 너무 높은 데로 올라가려 몸부림치며, 너무나 많은 상처와 분노를 마음에 삭히며, 너무나 큰 야망을 마음에 움켜쥐고

핏발 서린 눈으로 서로를 향하고, 부러움과 시기로 요동치는 나를 응시했던 시선을 저 높은 하늘과 저 푸른 숲과 저 넓은 바다로 돌려봅니다.

하늘은 나를 품고 숲은 나를 토닥이며 바다는 내 마음을 물들입니다.

한 발 뒤로 가서 나를 보고 조금 더 마음 문을 열고 세상을 봅니다.

조금 더 소박한 맘으로 길을 응시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낮아지고 그렇게 넓어지며 그렇게 물든 마음으로 내 자리로 돌아옵니다.

내가 멍 때리며 바라보던 그 하늘, 그 바다, 그 숲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 또 오라고 말합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멍 때리던 눈을 다시 푯대를 향하고 힘차게 달려봅니다.

언젠가 다시 나를 기다리는 거기로 또 멍 때리러 가렵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홀로 혹은 함께 이렇게 멍때리러 가보면 어떨까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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