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30일 / 제주의 아침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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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400회 작성일 23-11-0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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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전 제주로 이사를 하면서 제주항이 가까이 있고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이 단지 내에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을 때 소위 오션뷰로 인해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감흥이 사라지고 어느 때는 바다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가끔 바다가 보이는 단지 끝에 서서 멀리 바다를 내려 보면서 이 멀리 제주에 와서 26년 가까이를 지낸 것이 신기하고 

또한 건강하고 은혜롭게 지내 온 것에 감사하곤 합니다.

주일 아침에 교회에 나가기 위하여 주차장으로 가는데 저 멀리 아직 지지 않은 보름달이 서쪽 하늘에서 아침을 맞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서쪽으로 지는 해가 워낙 아름다워 해넘이를 즐기곤 하지만 아침 서쪽 하늘에 보름달이 넘어가는 것을 본 것은 흔하지 않던 일입니다.

그리고 다시 바다를 바라보니 멀리 불을 밝힌 고깃배들이 많이 보입니다.

밤새도록 조업을 하고 이제 떠오르는 햇살을 맞으며 귀항을 하겠지요.

교회로 운전을 해가면서 막 보았던 광경들을 회상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밤을 밝히는 달은 낮을 밝히는 해가 떠오르면 그 자리를 내어주고 조용히 사라집니다.

태양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평하지도 거부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와 시간에 조용히 떠올라 세상을 밝힙니다.

어떤 이들은 자연과학적으로 생각하며 그저 천체의 현상인데 뭐 그리 신기한가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은 인문학적, 아니 문학적 감성을 가지고 생각해 보면 교훈이 다가옵니다.

찬란한 태양에 달빛은 사라져 눈부신 아침이 되지만 하나님은 밤에는 밤에 알맞은 밝기의 달을 두셔서 밤을 밝히고 잠을 청하게 하셨습니다.

분주하게 일하는 낮에는 환한 세상에 일하도록 태양을 떠오르게 하십니다.

너무나도 선하신 섭리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느 사람은 밤을 밝히는 달과 같은 역할을 하고 어느 사람은 태양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각자에 알맞은 역할일 뿐입니다.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때 조용히 물러가고 감당해야 할 때 주저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밤의 달빛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낮의 햇살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 자리에서 비추어주면 됩니다.

저 바다에서 밤새 달빛으로 고기를 잡던 사람이 들어오면 육지에서 낮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일터로 출발합니다.

서쪽 하늘로 사라져가는 보름달이 손을 흔들며 내일의 만남을 약속하는 듯합니다.

나 역시 손을 흔들고 낮의 일터로 나아갑니다.

은혜로운 주님의 날 이 세상을 창조하신 아름다운 주님을 예배하러 갑니다.

나도 모르게 낮의 해처럼, 밤의 달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라는 찬송이 흘러 나옵니다.

 

달과 같고 해와 같은 여러분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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