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5일 / 수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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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422회 작성일 23-06-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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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들이 남아있습니다.

저의 학창 시절은 입시와 권위주의의 영향으로 찌들어 있던 때였지요.

수학여행은 눌리고 찌든 시간들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대안학교 아이들과 함께 서울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명동을 구경하고 맛난 길거리 음식도 사먹으며 남산에 올라 케이블카를 타고 서울 야경도 보았습니다.

또한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멋진사진도 찍고, 롯데 월드에서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체력이 너무 모자람을 절감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오래 전 나의 수학여행의 추억이 떠올려 보았습니다.

떠나기 전 날 설렘에 잠을 설쳤던 일, 용산에서 완행 열차를 타고 정말 오랜 시간 (10시간) 경주로 이동했던 것, 굴다리를 지날 때 선생님께 밀가루를 뿌려 

나중에 단체 기합을 받은 일(당시에는 그런게 관습처럼 행해지고 선생님들도 나름 대비하셨으며 그 일을 학생 군기 잡는 명분으로 삼기 위해 이용하심),

경주 호텔에 머물 때 허용된 저녁 댄스파티 시간에 호텔 마당에서 벌어졌던 광란의 축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맞은 편 여학생 숙소의 여학생들은 늦게 시작해 

새벽까지 지치지 않고 이어졌던 댄스파티, 밤새 아이들 몇이 여학생들 숙소로 월담해서 작업걸다 그쪽 선생님께 적발되어 홍역을 치른 일들이 고스란히 기억납니다.

경주 고적 투어와 울산의 현대자동차, 포항제철등의 산업 시찰등은 그야말로 수학여행이었지요.

수학에는 관심이 없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여행에만 관심이 있었던 청소년 시절의 풋풋한 추억입니다.

제주 아이들은 서울로 수학 여행을 갑니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관람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입니다.

수없이 많은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둘러보고 있는 현상을 통해 아이들이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 자부심을 갖게되는 것 또한 소중한 경험입니다.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아이들 선배가 숙소로 간식을 사들고 찾아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너무 흐뭇하고 뿌듯합니다.

함께 숙박한 다른 지역 여고생들이 우리 남학생들에게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하며 티슈에 인스타 주소를 보냈지만 

우리 아이들이 철벽 방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웃음이 나옵니다.

제가 추억하는 수학여행처럼 이번 여행도 먼 훗날 아이들의 마음에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요.

오래 전 나의 수학 여행을 추억으로 가슴에 담은 채로 많은 세월 삶의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학창 시절의 설렘, 패기, 열정들은 세월 뒤편으로 감추고 이젠 교장이 되어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나의 인생 여정을 되짚어 봅니다.

당시에는 아주 멀리 있고, 결코 다가오지 않을 거라고 여겼던 시간을 지금 살아가며 드는 생각은 34일의 짧은 수학여행 처럼 

나의 인생의 시간과 여정도 하늘에서 세상으로 수학여행을 온 것 같다는 것입니다.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렸습니다.

무엇을 배웠고 무엇으로 행복했으며 앞으로 무엇으로 남은 일정을 의미있게 보낼까를 생각해 봅니다.

다시금 하늘나라로 돌아갔을 때 어떤 추억을 가지고 갈 수 있을까요?

지난 시간들에 얽매이기보다 남은 여행을 더 알차고 더 열정적으로 보람있게 보내고 싶습니다.

저의 여행을 행복하게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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