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9일 / 집으로 가는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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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1,246회 작성일 20-10-2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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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목회를 하면서 비행기를 탈 기회가 많았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여행을 오시는 분들의 표정을 보면 밝고 흥분이 되어 있습니다.

제주 여행이 얼마나 기대되고 설렐까요?

'제주행~' 하지만 언제나 모두에게 설레지는 않습니다.

1998년 제주에 와서 교회 개척을 시작했습니다.

제주행을 결정하고 제주에서 오래 목회하시다 서울로 오신 선배 목사님께 제주목회 조언을 구하러 갔습니다.

'좀 더 일찍 오지..그러면 내가 만류했을텐데..'

제주에서 목회를 시작하기 전 안면이 있는 제주 목사님께 마찬가지로 조언을 구하고자 찾아뵈니 이리 말씀하십니다.

'이 목사님의 제주행을 환영하는 제주 목회자는 아무도 없다는 걸 아시고 시작하시면 될 겁니다'

그렇게 제주 목회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5년 정도, 어쩌면 좀 더 일수도 있습니다.

육지에 갔다가 비행기를 타고 다시 제주에 내릴 때면 군대에서 휴가를 나갔다가 귀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제주 여행에 들떠있는 옆 좌석의 승객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습니다.

'나도 여행으로 제주에 가는 거라면...'

 

그렇게 세월이 흘러 흘러 23년이 지났습니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제주행 비행기를 타면 정말 내 집에 가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여행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뭐니 뭐니해도 집이 최고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낯설던 모든 것이 따스하게 다가오고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이해됩니다.

무엇보다 문화의 장벽, 사고방식의 장벽, 경험의 장벽들을 넘어 영혼이 마음으로 깊이 다가옵니다.

아직도 제주를 잘 모릅니다.

아니 갈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이제 제주행이 기쁩니다.

가끔은 옆자리 여행객에게 맛 집, 관광지 훈수도 둡니다.

저도 잘 모르면서 말입니다.

'제주 사세요? 너무 좋으시겠다'

'네 참 좋습니다 이사 오세요'

어느덧 그리 제주를 자랑합니다.

오래 살아서일까요? 아닐겁니다.

어느 곳은 오래 살아도 평생 낯선 타향일수도 있습니다.

제 마음이 바뀐 겁니다.

제주를 품겠다고 달려들었을 때 제주는 제게 고슴도치의 가시와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픔의 역사와 삶, 그리고 제주 자연의 품에 안겼을 때 제주는 고슴도치같은 저를 품어 주었습니다.

선교는 영으로 품고 삶으로 안기는 겁니다.

 

제주목회 23년째, 얼마 전 서울을 다녀오면서 비행기를 탔습니다.

저녁 노을 빛을 보면 트랩을 오르는데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귀대가 아닌 귀가와 같은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주간 새벽 기도 중에 주님께 저의 제주목회에서 정년까지 남은 10년 정도 잘 착륙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해주십니다.

'아직 이륙 단계인데 벌써 랜딩을 생각하느냐 그냥 열심히 날다가 다음 조정사에게 맡기면 되는거야'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10년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상황이 마음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상황을 다스립니다.

진리되신 주님께 내 마음을 맡겨드립니다.

오늘도 저는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거기에 내 삶과 사랑 가득한 가족이 있고 성도가 있고 교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행이 행복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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