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2일 / 익어가는 가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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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1,311회 작성일 20-10-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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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면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가을 들녘을 보기 어렵습니다.

결혼식 축하로 타지방을 방문하는 길에 정말 오랜만에 가을 들녘을 보았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누군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배울수록, 가질수록, 높을수록 더 겸손해야함을 강조할 때 이 말을 쓰곤 합니다.

고개숙인 벼는 겸손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다 익어 쌀이 되어 밥상에 오릅니다.

그리고 수많은 생명을 살립니다.

겸손의 끝은 희생을 통한 살림입니다.

이제 나이 60, 계절로 보면 가을입니다.

주님께서 남은 인생 얼마를 허락하셨을지에 따라 초가을이나 늦가을일 겁니다.

제 인생도 벼와 같이 익어 가길 소망합니다.

'희생을 통한 살림'의 겸손으로 익어감입니다.

그런데 이리 벼를 익어가게 하는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하얀 밥알 하나를 만들기까지 88번의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정성, 돌봄, 사랑, 헌신을 통해 벼는 자라고 익어갑니다.

그러기에 마땅히 익어야하고 고개를 숙여야합니다.

60년의 지난 시간 지금의 내 인생에는 이에 못지 않은 손길들이 함께 했습니다.

희생, 사랑, 가르침, 인내, 돌봄, 먹이고 입힘, 인도, 보호...

종종 이 모든 손길을 잊고 지냅니다.

혼자 자라고 익은 것처럼 여깁니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지 못하고 나를 내어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창조주께서 나를 심으시고 자라게 하신 목적인 '희생을 통한 살림'을 잊고 나만 잘 살고자 합니다.

이 가을에 다시금 나의 가을 인생을 깊이 돌아봅니다.

모든 추억과 감각을 총동원하여 나를 키운 손길들을 기억해냅니다.

모든 것이 은혜이며 감사입니다.

더 많은 열매들로 고개를 숙이고자 합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희생하고 더 많이 살려내고 더 많이 기쁨을 주고 더 많이 위로하고 더 많이 격려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런 삶의 열매들이 많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되지 않을까요.

긴 장마와 태풍을 이겨낸 황금들녘의 풍성함이 마음을 넉넉하게 해줍니다.

우리는 모두 이 가을에 황금 들녁 고개 숙인 벼, 살리는 쌀들로 이어갈 이삭들입니다.

이 세상에 많은 사람을 살리고 모두 함께 하늘 곡간에 들여질 그 날을 소망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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