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9일 / 인생 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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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428회 작성일 22-12-22 09:39본문
신년 초하루가 되면 교우들과 조그만 어승생악이라불리는 한라산 옆 오름에 오릅니다.
등반을 시작하는 지점으로부터 정상까지 그리 높지 않기에 성인의 걸음으로 40분 정도면 충분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지점 자체가 높아서 실제로는 높은 오름이지요.
한라산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아 작은 오름에 교우들과 함께 올라가서 찬양하며 기도하고 내려와 맛난 해장국을 먹습니다.
등반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먼저는 눈 덮인 설산의 장관입니다.
눈이 내린 후에 올라가면 하얗게 핀 눈꽃으로 인한 광경에 경탄합니다.
눈 내린 산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올라가도 미끄럽습니다.
그래도 눈이 내린 후에 가는 것이 훨씬 아름답기에 연말 연초에 눈이 오길 학수고대 합니다.
하나님께서 눈으로 덮으시는 설경을 어느 누가 연출할 수 있을까요?
교회에 성탄 때마다 장식하는 트리는 눈 쌓인 나무를 조화로 만든 것입니다.
방문하는 이들이 너무 예쁘다고 사진을 찍어 갑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눈으로 온 산을 그렇게 덮으시어 탄성을 자아내게 하십니다.
정말 위대하신 연출가이시며 디자이너 이십니다.
모든 만물이 그렇게 위대하고 탁월하신 하나님을 증거합니다.
눈 덮인 설산을 오를 때의 또 한가지의 느낌이 있습니다.
등산을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작은 오름이지만 1시간 가까이 산을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정상까지 가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그러다보니 산을 오를 때면 오르는데 온통 마음이 쓰여져 주변의 경관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헉헉 거리며 한참을 오르다가 잠시 쉬며 주변을 보면 경관이 기가 막힙니다.
나뭇가지 마다 쌓인 눈꽃과 눈으로 덮인 산중 경관으로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특히 건너면 한라산 설경의 장엄함은 숨을 멎게 합니다.
그 경관을 즐기며 소리도 지르고 사진도 찍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걷고 있는 인생을 돌아봅니다.
하나님은 나의 인생 가운데 참 많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두시고 그것을 즐기며 하나님께 감탄하고 감사하며 행복하게 걸어가라 하셨는데
나는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헉헉거리며 정상만을 바라보면서 오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그래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너무나 많이 놓치지는 않았는지...
인생의 2/3 지점도 더 올라온 시점에서 많이 후회합니다.
이제 남은 생은 좀 더 천천히 둘러보며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보고 누리며 감사하고 찬양하며 기쁨으로 올라가야 겠습니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인사입니다.
새해 첫날에 오르는 것이라 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그 날만큼은 서로가 정말 사심이 없이 복된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산을 오를 때 이렇게 넉넉한 우리들이 세상의 필드에서는 서로를 넘어뜨리려 애쓰고 따돌리려 애쓰며 나 혼자 영광을 차지하려 달려갑니다.
서로를 배려하는 여유도 축복하는 넉넉함도 사라집니다.
경기장의 살벌한 경주나 싸움이 아니라 아름다운 산을 오르내리는 발걸음으로 인생을 걸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마주 오는 사람들에게 ‘얼마 안 남었어요’ 라는 선의의 거짓말도 하고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도 주고 받으며 뒤떨어진 자의 손을 잡아 주고 등을 밀어주면서
그렇게 인생을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정상에 서면 너무나 행복합니다.
발 앞에 놓인 만물을 바라보면서 호연지기를 다짐합니다.
신 앞에 겸손해지고 세상 앞에 넉넉하고 당당해집니다.
대자연의 장엄한 아름다움과 저 밑에 보이는 넒은 세상 앞에서 내 자신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느끼며 천지의 주재이신 주님을 높이 불러 봅니다.
그리고 나의 남은 생을 그 분의 손에 맡기며 더 가치 있는 인생을 결단해 봅니다.
금년에는 1일이 주일입니다.
그래서 교우들과 함께 오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눈이 쌓인 어느날엔가 올라가려 생각합니다.
눈 쌓인 어승생을 오를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금년 마지막 달의 인생등정을 지속합니다.
저와 함께 인생등정을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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