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1일 / 구들장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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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486회 작성일 22-11-2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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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에 새벽기도를 가려고 일어나 걸어둔 옷을 입을 때면 옷이 너무 차갑습니다.

며칠 전 새벽에는 차가와진 옷을 입으며 문득 세상 떠나신 할아버님 생각이 났습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당시 할아버님은 겨울이면 늘 아궁이에 연탄을 갈아넣곤 하셨지요.

지금은 스위치만 누르면 온 방이 따뜻해지는 보일러 난방이 되지만 그 당시에는 아궁이의 연탄불로 아랫목 구들장을 데워 난방을 했습니다.

추운 겨울 새벽녘에도 할아버님은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일어나셔서 연탄을 갈아넣으시고는 하셨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할아버님이 연탄은 갈아 넣으시고는 꼭 손자인 제가 잠을 자는 자리 밑에 손을 넣으시고 방이 따뜻한지 확인하셨던 모습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오면 할아버님은 이불 밑에 내복을 넣어 덥혀놓으시고 입게 하셨지요.

윗풍이 세서 추웠던 방 아랫목 구들장 이불 밑에서 내복을 꺼내 입을 때면 너무도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또 할아버님은 따뜻한 아랫목 밥통에 엿을 묻어 두시고 학교에 다녀오면 숟가락으로 엿을 뜨셔서 돌돌말아 입에 넣어 주셨지요.

 

추워진 새벽 날이 되면 이런 할아버님이 그립습니다.

연탄을 갈아 넣으시고, 내복을 넣어 두어 입혀주시고, 엿을 녹여 먹여주셨던 할아버님.

이제 내가 그 당시 할아버님 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누구에게 어떤 행복을 주고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차가운 세상에 웃음과 따스함을 주는 연탄 할아버지, 따뜻한 내복 할아버지, 달콤한 엿 할아버지,

이렇게 세상 가운데 작은 행복을 주는 구들장 아랫목 할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쌀쌀한 늦가을 따스한 구들장 사랑을 전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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