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4일 / 놀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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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726회 작성일 21-10-0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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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모두가 제가 어릴 때 했던 놀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놀이들이 어린 시절을 소환했고 따뜻했던 추억들로 인해 미소가 나왔습니다.

어릴 때 달동네에서 살았던 저는 아이들과 동네 공동마당에서 놀곤 했습니다,

학교에 갔다오면 가방을 던져놓고 놀이마당으로 나갑니다.

당시 달동네에는 자기 마당을 가진 집이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공동 놀이마당을 마주하고 있던 큰 마당 가진 집 안이 늘 궁금했습니다.

저 안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내 또래의 아이는 있을까?

저 집은 어떻게 저리 잘 살게 되었을까?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집 아이들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동 마당에서는 나처럼 가방 던져놓고 나온 아이들이 모여 영화에 등장하는 오징어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뽑기

달고나(당시 우리 동네의 달고나는 영화의 달고나와는 다른 것으로 달고나로 불리는 흰색 포도당 덩어리를 녹인 후 식소다를 넣어 부풀려 나무젓가락으로 저어 먹는 것),

딱지치기, 말타기, 망까기, 술래잡기, 팽이치기, 골목 축구 등 참 많은 놀이를 했습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요.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가고 어머니가 저녁밥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신나게 놀고 들어갔습니다.

밥먹고 숙제를 할라치면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침흘리고 졸다가 어머니께 혼나기도 했지요.

그 때의 놀이들은 모두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몸을 부대끼며 하는 놀이들이었습니다.

어제 다투고 오늘 서먹서먹 해도 신나게 놀고 나면 어느덧 다시 친구가 되어 있었지요.

정이 있었고, 마음이 서로 통했고, 함께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서로 눈빛만 보아도 무슨 놀이를 원하는지 알고 모여들었지요.

동네에 하나 뿐이었던 가게가 놀이 마당을 끼고 있었는데 당시 유명했던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유일하게 텔레비전이 있는 가게로 아이들이 모두 모여 김일 선수가 박치기를 할 때마다 큰 소리로 박치기라고 소리를 치곤했습니다.

수 십 년이 흐른 지금 가난했던 동네들은 모두가 재개발되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으며 아이들은 함께 모여 노는 대신 컴퓨터에 앉아 혼자 게임을 하고 

심지어 카톡으로 누군가를 왕따 시키기도 하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놀이를 다스리는 것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신나는 공동체 놀이를 하고 살았던 저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놀이의 추억은 당시 함께 했던 친구들을 향했던 그 마음이 지금도 있느냐고 묻습니다.

놀이의 추억은 놀이 속에서 함께 살고 함께 죽었던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지금도 있느냐고 묻습니다.

놀이의 추억은 하루에도 싸우고 다시 화목질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지금도 있느냐고 묻습니다.

놀이의 추억은 구슬 몇 개, 딱지 몇 장과 같은 작은 것들도 소중하게 여기고 기뻐할 수 있는 자족함이 지금도 있느냐고 묻습니다.

나이 60을 훌쩍 넘어버린 지금, 요즘 아이들이 노는 것들을 바라봅니다.

지금의 아이들도 나 때와는 다르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재미있게 놀겠지요.

아이들에게 라떼는이라고 조롱받는 어른이 되기는 싫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놀이를 추억하는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따뜻한 놀이를 했으면 바래봅니다.

어차피 놀이는 경쟁이지만 서로 위해주고, 서로 보듬고, 서로 소중하게 여기는 지극히 오프라인 속에서 이뤄지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며 

지극히 휴머니즘적인 놀이들이 단지 추억이 아닌 실제로 아이들의 놀이 마당에서 복고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에는 나도 구슬 한 웅큼, 딱찌 한 소쿠리 들고 나가 힘껏 던져보려 합니다.

저와 함께 신나게 가방 내던지고 놀아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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